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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유럽여행을 간다.

원래 갈 예정이 없었다. 3월달에 군대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운전병으로 지원을 했는데, 생년월일 순 입영이라 내가 나이에 비에 늦게 군대를 가는 편이기에 당연히 3월 초 군대에 갈 줄 알았다. 입영일을 알 수 없고 2월 이전에는 시간이 안 되어 멀리 해외여행을 갈 수 없었다. 1월까지는 계절학기를 듣고, 2월 중순에는 가족여행이 잡혀 있어서 2주 이상 시간을 연속해서 비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1월 말 발표된 입영일은 3월 말이었다. 그래서 3월 중순에 열흘 정도 해외여행을 급하게 계획했다. 군대 전역 후 차를 사기 위해 모으고 있던 돈과 장학금, 그리고 쿠팡 알바를 최대한 가면서 돈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유럽여행 계획을 잡았다.

보통 대부분 유럽여행은  한 학기 전부터 계획을 잡을텐데, 나는 3주 전에 모든 예약을 하려니 항공권도, 유로스타 티켓도, 숙박비도 너무 비쌌다. 가성비가 괜찮은 숙소는 이미 다 매진이었고, 한 달 만에 같이 여행을 갈 사람을 구할수도 없어 혼자 여행을 가야 했다. 혼자 가려니 호텔은 너무 비싸고, 전부 호스텔로 예약을 했지만 그마저도 비쌌다. 그래서 솔직히 여행 가는 기간에 비해 돈을 많이 써야 했다. 코로나19 자가격이라 해제된 직후라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 평상시보다 항공권도 숙박도 더 비싼것도 한 몫 했다.


11박 13일 일정. 바르셀로나 2박 3일, 런던 4박 5일, 파리 4박 5일 일정이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한국시간 3월 9일 오전 1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해 바르셀로나에 오전 10시 20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바르셀로나 첫 날에는 몬세라트를 가려고 했다.


공항에 11시 쯤 도착했고, KLM에서 문자가 왔다. 내가 예약한 항공편이 disrupted 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체크인을 전날 미리 마쳤고, 위탁 수하물도 없어 그대로 비행기에 타기만 하면 되는데 이거 무슨 말인가 싶어 KLM 어플에 들어가보니 출발 시간이 1시 20분에서 3시 30분으로 지연되었다고 나와 있었다.

문제는 암스테르담에서 원래 타려던 항공편이 1시간 10분 뒤 환승해야 했는데, 2시간 10분 지연으로 예정된 항공편을 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동으로 대체 항공편을 끊어 주었는데 마드리드를 경유하여 4시 35분에 도착한다. 하루 일정 전체를 이동시간으로만 날리게 되는 셈이였다.

최종 목적지 도착 시간이 6시간 15분이나 늦어지는데, 카운터에 가서 문의하니 지연 보상은 3시간 이상 지연에만 제공된다고 했다. 문제는 단일 항공편 기준이라 내가 탄 항공기는 2시간 10분만 지연되기에 지연 시간동안 탑승 게이트에서 제공되는 다과 이외의 보상은 없다고 한다.

2시간 이상 지연 보상으로 제공된 다과. 보상은 이게 전부.

난 무려 6시간 15분을 늦는데, 2시간 10분을 기준으로 지연 보상이 없다니, 그거보다도 하루 일정이 다 날아간게 억울하고 화가 났다.


차라리 첫날 일정을 마드리드에서 환승하느랴 다 날리는 것 보다, 그 시간에 암스테르담 시내 구경을 하면서 바르셀로나로 직항하는 더 늦은 항공편을 타기를 원했는데, 카운터에 문의하니 정작 당일 암스테르담에서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다른 직항편들은 모두 오버부킹 상태라 대체편을 제공해   없다고 한다.

결국 시스템  자동으로 끊어준 마드리드 경유 항공편을 이용하는  밖에 없다는데, 그럼 나는 여행 첫날 일정을 오직이동에만 사용하고, 오후 4 35분이라는 어중간한 시간에야 바르셀로나에 도착한다.

생애  유럽여행은 그렇게 출발도 하기 전에 계획이 어긋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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