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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째날은 비행기 연착으로 뭐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나갔다.

그래도 둘째 날은 가우디 투어를 통해 정말 알차게 다닌 것 같다.

성가족 성당을 첨탑까지 알차게 구경하고 6시 반에 가우디 투어를 마치고, 7시가 조금 넘어 식당에 도착했다. 저녁으로는 이베리코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츄레리아에 가서 츄러스를 사 먹었을 때는 오후 8시 30분 정도였다.

사실 어제 저녁에 벙커에 가려고 했는데, 몸도 너무 피곤하고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이미 9시 반이 훌쩍 넘어서 갈 수가 없었기에, 오늘은 야경을 보러 벙커에 가 보고 싶었다.

이미 오후 5시부터 졸음이 쏟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바르셀로나 일정이 2박 3일밖에 되지 않아 오늘이 아니면 야경을 볼 기회가 없었다. 내일은 오후 4시면 런던으로 떠나야 한다.

저녁은 양이 생각보다 많았는데, 거기에 츄레리아에서 츄러스까지 먹고 나니 배가 정말 불렀다. 잠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시간이 9시도 안 되었고, 배가 너무 불러 소화를 시킬 겸 벙커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벙커로 가기 전 뚜론 가게에 들러 뚜론 몇 개를 사고, 지하철 역에 도착했을때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뚜론 가게 근처가 숙소라 그냥 숙소로 바로 가서 일찍 잘까 고민을 조금 하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그럴걸 그랬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Vallcara 역에 도착한건 9시 27분, 여기서 22번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그런데 분명 9시 33분에 도착한다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는 9분 남았다는 표시가 써 있었다.

버스는 9시 40분이 되어서야 왔다. 그래도 버스를 10분만 타면 되는 거리였다. 벙커 근처 정류장에 도착해서 언덕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그 정류장까지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버스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고 혼자 버스에서 내렸다.

10분 정도 골목길 언덕을 따라 올라가야 했는데, 외국에서 그것도 치안이 안 좋다고 여겨지는 거리를 혼자 걸어가니 너무 무서웠다. 특히 벙커에 올라가면 대마 냄새도 많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정도로 치안이 안 좋은 곳을 혼자 가니까 많이 걱정이 되었다.


어느정도 야경이 유명한 명소다보니 10시면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기에 사람이 조금 있을 줄 알았는데, 나밖에 없을 줄은 예상 못했다.

일행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갈 텐데, 혼자 가다보니 5분정도 걸어 올라가다 결국 무서워서 포기했다. 시간은 이제 막 10시가 넘었다.

무서워서 발걸음을 돌리고 다시 언덕을 내려가는데, 멀리서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혹시나 오토바이로 소매치기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벽에 최대한 붙었다. 오토바이가 제발 지나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지나가는데, 오토바이는 오히려 속도를 줄이더니 내 앞에 멈춰섰다.

그 오토바이 운전사는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나 나는 스페인어도 까탈루냐어도 모두 알지 못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개 길을 물어본 거 같은데 일단 아무도 없는 깜깜한 길 한가운데서 오토바이 운전사와 나 혼자밖에 없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대충 콩글리시로 ‘아이 캔트 언더스텐드 웰’ 이라고 대답하니 그사람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사람은 나에게 동일한 말을 한번 더 물어보더니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제서야 나를 지나쳤다.

그 오토바이는 나를 지나치자 마자 유턴하더니 내게로 다시 되돌아왔다. 그 순간 정말 무서워서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오토바이는 이번에는 나를 그냥 지나친 뒤 언덕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두려움에 떨며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왔다. 그래도 가로등이 있고 밝은 버스 정류장 근처로 오니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다. 분명 구글 맵에는 버스 도착 시간이 13분 정도 남았다고 했지만 다행히 버스는 내가 정류장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고 도착했다.

그렇게 두시간 일찍 자는 걸 포기하고 가려던 벙커는 아무것도 못 보고 돌아갔다. 정 야경이 보고 싶었으면 츄레리아 근처 레알 광장에나 가 보고 바로 숙소로 갈 걸 그랬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면 그 오토바이는 그냥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던 배달기사 같다. 오토바이 뒤에는 도미노 피자 박스가 달려 있었다. 피자를 배달하러 그 동네에 갔다가 길을 몰라 나에게 물어보려던게 아닐까 싶다.

언어를 모르는 지역을 혼자 여행할때는 밤에는 혼자 도심지 밖으로 벗어나지 말아야겠다. 생각보다 그 상황이 굉장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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