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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 비행기를 두 대 놓치며 시작된 이번 여행은 정말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둘째날은 나를 제외한 모든 신청자들의 노쇼로 가이드와 1:1 투어,

셋째날은 오버부킹에 비행기 1시간 40분 연착,

일곱째 날은 하필 교통카드 잔액도 없을 때 런던 지하철 파업,

아홉째 날은 아침부터 자판기가 2.2유로를 먹더니, 점심에는 파업으로 기차를 1시간 10분 기다리고, 저녁엔 지하철 파업으로 역 폐쇄.


오늘 아침부터 느낌이 안 좋았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기 위해 rer을 타러 가는데, 열차가 9분 정도 남아 있었다. 아침을 일찍 먹은 탓에 배가 고파 자판기에서 2.5유로짜리 빵을 사 먹으려 했다. 카드결제를 지원하는 자판기였지만 현금으로 동전이 마침 남아있어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다. 2유로 동전 하나와 20센트 동전 두개, 10센트 동전 한개. 10센트 동전은 잘 인식했다. 그리고 20센트 동전을 넣었을 땐 인식이 안 되고 그대로 동전 반환구로 나왔고, 다시 동전을 넣으니 인식은 되지 않고 그대로 먹어버렸다. 20센트 동전을 하나 더 넣자 그것마저 그대로 먹었고, 자판기를 발로 여러번 차자 20센트 동전 하나가 배출되었다.

여전히 내 20센트 동전 하나는 자판기 안에 있었으나, 발로 자판기를 여러번 차니 20센트 동전이 하나 나온 것으로 볼때, 동전 배출구 통로에 동전이 걸려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유로 동전을 넣으면 인식이 되면 빵을 먹으면 되고, 인식을 못 하고 배출되면 걸려있는 20센트 동전과 함께 반환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2유로 동전은 그대로 먹어버리고, 아무리 반환 버튼을 누르고 자판기를 두드려 봐도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열차도 들어오고 프랑스어를 몰라 자판기 업체에 전화를 할 수도 없어 그대로 2.2유로를 날렸다.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나서 파리 시내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rer을 타러 역으로 갔다. rer의 배차 간격은 25분이었는데, 시간표 상 다음 열차는 15분 뒤에 있었다. 그러나 15분이 지나도 열차는 오지 않았다. 구글 맵을 확인하니 파업으로 3대중 2대만 운영한다는 알림이 있었다.

동행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어차피 다음 열차도 25분이나 남았으니 승강장에서 나와 역 앞의 KFC에 가서 햄버거를 하나 포장해 왔다. 그러고 역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다음 열차가 5분 남아있을 때인데, 이번에는 개찰구 오류로 승차권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필 그 시간에 사람이 몰려 역무실 직원이 있는 부스는 줄이 길게 서 있었고,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개찰구 진입이 안 된다고 하자 직원은 유효한 표인 것을 확인하고 개찰구 문을 수동으로 열어주었다. 그 사이 열차는 방금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25분을 더 기다렸다. 무려 역에서 65분동안 열차를 기다렸다. 35분 거리를 가기 위해.

그래도 파리 시내에 도착해 파리 시내 근처의 카페에서 동행을 더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게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동행 중 한 분이 저녁을 사 주셨다. 아까 2.2유로를 날린 것을 액땜하는 기분이었다. 저녁식사 후 다른 동행분들은 저녁에 예약한 공연을 보기 위해 헤어지고, 나는 개선문의 야경을 같이 볼 동행을 구했다.

루브르 박물관 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탔는데, 열차가 Concorde역부터 정차하지 않았다. 처음에 급행 열차를 잘못 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는 원래 내려야 할 George V역까지 지나치고 Porte Maillot역까지 가서 멈췄다. 다행히 Porte Maillot역에서 개선문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개선문의 야경은 정말 좋았다. 이 때만 해도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지 못한 채.

그리고 방금 이 글을 쓰다가 하나 더 추가됐다. 나는 지금 이 부분까지는 같은 글을 두번째 쓰고 있다. 아이패드로 블로그 글을 쓰니까, 드래그와 사파리 제스쳐가 중복되어 사진 배열을 바꾸다 새로고침이 되어 글 내용이 전부 다 날아갔기 때문이다. 임시 저장을 생활화 합시다.

개선문에서 나와 8분 정도 걸어 George V역으로 갔는데, 역의 셔터가 또 내려가 있었다. 파업으로 역의 운영을 안 하는 거였다. 열차가 이 역을 건너 뛴 이유도 파업 때문이었다.

위치가 애매하게 중간이었다. 처음부터 개선문과 가장 가까운 파업중이지 않은 역인 Porte Mailot역으로 갔으면 15분이면 역에 도착할텐데, 이미 그 역과는 반대 방향으로 8분정도 걸어왔기에 Concorde역과 Porte Mailot역의 딱 중간 지점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25분은 걸어야 했다. 어차피 1호선을 타고 루브르 박물관 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야 했기에, 루브르 박물관 역과 더 가까운 Concorde역으로 걸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가서 15분만에 역을 한 블럭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시위로 인해 콩코드 광장을 지나는 모든 길이 막혀 있었다. 프랑스어를 할 수 없어 경찰이 뭐라고 안내를 하는 것도 이해를 못하고, 역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광장 남쪽으로 돌아서 콩코드 역에 가려고 했지만, 센 강 강변의 길도 모두 막혀 있었다. 그래도 광장 남쪽에서 영어를 어느정도 할 줄 아는 경찰에게 겨우 길을 물어 '고우 라이트 앤드 고우 스트리트 투 블럭, 앤드 턴 라이트'라는 답변을 들었다. 콩코드 광장 북쪽까지 걸어가니 지하철역 출구 방향의 길만 살짝 나 있었다. 펜스 사이 틈새로 좁게 길을 열어둬서 그쪽 방향의 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곳이었다. 그렇게 다행히 콩코드 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정말 남들 유럽 여행을 몇번씩 와도 한두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을 왜 이리 많이 겪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세상이 나를 억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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