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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르셀로나와 달리 런던에는 축구 말고는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런던에 온 목적은 프리미어리그 직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투어. 이게 전부였다. 그나마 조금 가 보고 싶던 곳은 타워 브릿지와 그리니치 천문대.

첫째 날은 비행기를 타고 밤 늦게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잠에 들었고, 둘째 날은 오전에 숙소 근처에 있는 줄도 몰랐던 타워 브릿지 산책을 하고 피카델리 서커스를 들린 뒤 바로 크레이븐 코티지로 향했다. 경기는 4시에 끝났는데 런던의 어지간한 관광지는 대부분 5시면 문을 닫아서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할 동행을 구하려고 했는데, 결국 동행도 못 구하고 혼자 플랫 아이언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8시도 안 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야경을 보러 갈까 했지만 밤 늦은 시간에 혼자 걸어다니기엔 걱정이 되었고, 야경을 같이 보러 갈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숙소에서 블로그 글이나 쓰면서 쉬었다.

둘째 날은 사실 내가 가고싶은 곳을 간게 아니라, 여자친구가 가 보라고 한 곳을 위주로 다녔다. 오전에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런던 박물관에 가는 일정이었다. 근위병 교대식을 다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런던 박물관을 30분 정도 있다가 별 흥미가 안 생겨서 내일 일정이었던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바로 이동했다. 성당 위층 전망대에서는 런던의 경치가 한 눈에 보였다. 성당 입장료는 조금 부담되었지만 경치를 보고 나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시 15분에 모든 갤러리 입장이 마감이라 지하 갤러리를 구경하지 못했다. 대신 5시에 시작하는 미사를 잠깐 봤다.

셋째 날은 드디어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 갔다. 사실 런던에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도 관광지마다 문 여는 날이 다르다보니 셋째 날까지 미루게 되었다. 스타디움 투어를 마치고 예전 아스날 하이버리 스타디움 부지를 산책했다. 오히려 셋째 날에 오길 잘 한것 같다. 날씨가 정말 맑아서 산책하기 좋았다.

스타디움 투어를 마치고 숙소 근처로 와서 타워 브릿지에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봤다. 날씨가 맑을 때 가 보려고 안가고 있었는데 맑은 날에 올라오길 잘했다. 타워 브릿지를 보고 런던 탑에도 들어가려 했는데, 런던 탑은 입장료가 정말 비쌌다. 타워 브릿지를 보고 나니 이미 시간은 4시 10분이고, 런던탑은 5시까지 운영해서, 그 비싼 입장료를 내고도 50분 밖에 볼 수 없어 고민했는데, 마지막 입장이 5시고 관람은 5시 30분까지 가능하다고 해서 들어갔다.

솔직히 런던 탑은 그닥 볼게 없었다. 입장권 가격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볼게 없었다. 지하로 내려가서 왕관을 보고 왔는데 나는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이 날은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많이 안 추웠다.

숙소에서 혼자 햄버거를 포장해 와서 저녁을 먹고, 동행을 구해 같이 야경을 보러 갔다. 그동안 만났던 동행분들은 나랑 성향이 그렇게 잘 맞는것 같지는 않았는데, 어느정도 성향이 비슷하고 술도 안 좋아하고 대화도 잘 통하는 분을 만나서 재미있었다. 그때 동행했던 분들을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마지막 날은 체크아웃 후 락커에 짐을 맡기고 그리니치 천문대에 갔다왔다. 그런데 다른 것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추위 속에서 그리니치 공원을 15분이나 걸어가고 나서야 도착했다. 런던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던 것 같다.

그리니치 천문대를 구경하고, 경도 0도선에서 사진도 찍고 호스텔에 돌아가 짐을 찾았다.


시간이 아직 2시도 안 되어 소호를 들러서 아이쇼핑을 하며 간단한 기념품으로 남은 파운드화를 털고 킹스 크로스 역에 가려고 했는데, 오늘 하필 지하철이 전부 파업이었다. 오이스터 카드의 잔액이 없어 지하철에서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하고 지하철을 타려 했는데, 역이 폐쇄되어 역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버스를 타고 가고 싶어도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할 수가 없었다. 근처의 내셔널 레일 역까지 걸어가서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오느랴 또 20분이 넘게 걸렸다.

그러고 나니 2시 40분이었다. 시간이 정말 애매하게 남았다. 소호를 들리기엔 들러도 30분 정도 밖에 못 있고, 또 지하철 파업때문에 소호에서 킹스 크로스 역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안 됐다. 유로스타 출발 시간 9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을 권장하니, 4시까지만 역에 가도 충분한데 지금 시간은 2시 반이었다. 애초에 지하철 파업이 아니었으면 교통카드를 충전하느랴 돌아다닐 일도 없이 2시면 소호에 도착했을텐데 싶었다. 소호를 들릴까 고민하긴 했지만 지하철 파업 때문에 어떻게 될 지 몰라 그냥 바로 역에 가려고 마음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킹스 크로스 역으로 가는 내셔널 레일을 탔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너무 금방 도착했다. 3시밖에 안 되어서 도착해서 이럴꺼면 소호를 들릴 걸 그랬다. 파운드도 애매하게 남았다.


혼자 다니는 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심심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광지는 5시면 문을 닫고, 저녁에 여는 가게들은 보통 혼자 다니기 어렵다. 킹스 크로스 역에도 소호를 안 들리고 먼저 일찍 도착하고 나니 할게 너무 없다.

런던에서의 날씨는 너무 추웠다. 기내 수화물 캐리어 크기와 무게에 맞추려고 패딩을 하나도 챙겨 오지 않았다. 유럽은 축구도 추춘제로 하니까 겨울도 그렇게 안 추울텐데, 3월 중순이면 추워봐야 얼마나 춥겠나 싶었다. 오판이었다. 런던에서 매일 너무 추웠다.

솔직히 바르셀로나처럼 더 있고 싶거나, 여행이 엄청 즐겁다는 생각이 크게 안 들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는게 생각보다 너무 지루했고, 또 런던은 물가가 너무 심하게 비쌌다. 어딜 가도 입장료가 엄청나게 비쌌는데, 정말 가고싶어서 간 곳들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그냥 둘째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런던 시내를 걸어다니거나, 그저 야경 보면서 걷는게 제일 재밌었다.

그래도 혼자 다니는 여행의 장점은 블로그 글을 쓸 시간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그동안 블로그에 여행 글을 쓰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항상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유럽을 혼자 온 덕분에 동행을 구한 날이 아니면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이제 파리에는 아무 계획도 안 짜고 간다. 나는 그냥 여행을 다닐땐 P처럼 다니는게 내 성향에 맞는 것 같다.

슬슬 한식이 땡긴다. 그래도 파리는 한인민박을 가서 매일 아침 한식이 제공되니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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