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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첫 휴가

sunwoo's 2023. 7. 21. 17:47

입대한지 114일만에 처음으로 휴가를 나왔다.

운전병으로 지원했기에 6주간의 훈련을 마친 후 수송교육연대에서 4주간의 후반기 교육을 받았다.

자대 배치 결과가 나온 날에는 절망했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부대로 배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도 너무 멀고, 면회를 오기도 힘들고 외출이나 외박을 나오더라도 위수지역인 철원에서는 할 수 있는것도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철원에 온 김에, GOP를 지원했다. 나가도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는 외출이나 외박을 포기하고 휴가라도 많이 받아 집에라도 자주 가고, 여자친구를 더 자주 보고 싶었다.


훈련소에서의 첫날 밤은 정말 끔찍했다. 모든 군필자들의 경험담인, 첫날 밤 침상에 눕는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시간도 너무 안 갔다.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귀국한지 며칠 안 되어 바로 군대에 들어갔기 때문에, 새벽 3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차라리 그때 불침번을 서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내 불침번 차례는 새벽 4시 반부터 5시 반 까지였다.

겨우 새벽 4시쯤 잠이 들었을 때, 불침번 교대자가 나를 깨웠고 피곤함 속에서 불침번을 서고, 다시 한 시간도 채 못 자고 6시 반에 기상 나팔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피곤함도 피곤함이고 너무 끔찍했다.

6시에 일어나는건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야 적응이 되었다.

군입대가 정말 두렵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막상 돌이켜 보면 나쁘진 않았다는 군필자 친구나 형들의 말을 들었기에 크게 걱정은 안 했지만, 그건 자대 이야기지 훈련소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다.

고된 훈련으로 몸이 힘들기보다는,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특히 말투가 입에 붙는게 오래 걸리는 나한테는 ‘요‘라던지 ’네‘라는 말로 정말 많이 혼났다. 혼나는게 나한테는 가장 힘들었다.


내가 군대에 늦게 온 편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늦은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소에는 01년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03년생이 대부분일줄 알았지만 절반을 좀 넘는 수준이었고, 04년생도 일부 있었고 02년생과 01년생이 꽤 있었다.

평소 풋살을 즐겨 해서 지구력이 남들보다 조금 좋은 편인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막상 군대에 와 보니 조금 좋은 편이 아니라 많이 좋은 편이란걸 알았다. 달리기를 제대에서 8등을 했다.


야수교(수송교육연대) 첫 주는 정말 신교대에 다시 입소한 느낌이었다. ’야라다이스‘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들었는데 막상 첫 주는 조교들이 기강을 강하게 잡고 혼나기도 많이 혼나서 힘들었다.

그런데 정말, 3-4주차에는 야라다이스라는 말이 맞더라. 솔직히 지금 생각해 봐도 그 시절이 편했다. 가끔 조교들이 기분이 좋지 않을때 교육생들에게 억지를 부리며 갈굴 때를 제외하면 평소에 터치도 잘 안하고 개인정비시간에는 정말 자유로웠다. 주말이면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하루종일 살곤 했다.


자대에서 생활은 솔직히 말하면 많이 힘들고 또 빡세다. 애초에 GOP 면접을 볼 당시에도 처음에는 많이 힘들거라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생각보다도 힘들다.

다른 곳에서 군생활을 했거나 전역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확실히 내가 남들보다 훨씬 빡센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일병은 일만 해서 일병이라고 하던가, 일병 시절에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 느껴진다고 하던데 진짜 내가 제일 힘들게 군생활 하는거 같다.

요즘 군대가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다.


입대 첫 주에는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었는데, 막상 휴가를 나오니 이제는 6시 반에 눈이 떠져서 문제다.

잠을 더 자고 싶어도 잠이 다 깨서 다시 오지 않는다. 근데 그 시간에는 연락할 사람도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나봤자 심심하다. 그렇다고 휴가를 나와서 10시에 잠드는 것도 아니기에 수면 시간이 줄어들어 피곤하다. 그래도 휴가는 좋다.

이제 겨우 첫 휴가고, 아직 군생활은 20%밖에 안 했다. 아직도 400일 넘게 군생활을 버텨야 한다. 진짜 군생활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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